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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는 오늘도 담담하게 미소를 띠며 교실에 앉아 있지만 속마음은 초조하고 무겁다. 소화불량에 걸린 지도 벌써 며칠이 되었다. 이번 검정고시에 합격해서 2년전, 고 1학년으로 자퇴했을 때의 친구들과 같이 고졸학력을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요즘은 어렵고 힘들 때마다 은화가 채 첫돌이 되기도 전에 이 세상을 떠난 엄마를 떠올리며 격려와 위로를 받고 싶어한다. 엄마에 대한 기억이라곤 전혀 없지만 아버지로부터 간간히 들은 조각들을 모아 나름대로 모자이크한 상상의 엄마를 가슴에 새겨둔 지 제법 된 것 같다. 그리고 외롭거나 한숨이 나올 때마다 엄마를 불러보고 엄마께 여쭈는 게 일상화되어 새로운 힘을 얻기도 하나보다.

 

주경야독이라는 말을 흔하게 사용하지만 진정한 주경야독의 경험자들은 그 엄청난 피곤과 고단함을 얘기할 때 그냥 눈을 감아버리는 걸 숱하게 보아왔다. 입에 올리기조차 고동스럽다는 표현일 것이다. 부모님의 보살핌 속에 낮에 공부만 하는 것도 힘들어 하는데 자기 손으로 밥, 빨래, 청소하고 직장에 나가 일하고 밤에 공부한다는 게 얼마나 어렵겠는가. 더군다나 출석일수가 채우면 졸업장을 주는 것도 아니고 검정고시에 합격을 해야 비로소 졸업을 인정받는 야학생들의 노력은 피땀의 결정체라고 표현할 수밖에 더 있겠는가.

 

은하는 지난 해부터 세 번째 검정고시를 치렀지만 번번이 골칫거리 영어가 과목낙제를 넘어서지 못해 계속 도전중이다. 동갑인 도희는 지난 번 시험에 합격하고 지금 수능 공부를 하고 있는데 자기는 아직도 검시반에서 헤매고 있음을 자각할 때마다 심신이 지치도록 깊은 좌절감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때도 있다며 하소연할 때는 가슴이 미어진다.

 

그동안 아버지의 세 끼 식사 문제 때문에 단순한 아르바이트조차 못햇었는데 집에만 있는 딸을 안쓰러워하신 아버지가 점심 한 끼는 차려놓고 가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해서 얼마 전에 화장품 가게에 판매원으로 취업한 은화의 표정이 무척 밝아졌다. ??그리고 결석도 많이 줄었고 수업에 임하는 자세도 훨씬 진지해졌다. 그러나 검정고시만 생각하면 또 머리가 욱신거린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18세 소녀 은화의 두통은 언제쯤 잠잠해 질 수 있을까?

 

매년 중고교를 다니다가 중도탈락하는 청소년들이 6만 명이 넘지만 이들 중에 검정고시를 통해 학업을 이어가는 청소년들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학업은 완전히 포기해 버리는 수가 점점 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적 관심은 미미하기만 하다.

 

다행히 내년부터는 대안학교 제도가 확대되어 중도탈락생이 줄어들겠지만 대안학교 입학대상에서조차 벗어나 있는 은화와 같은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안전망은 과연 언제쯤 이루질 것인지.

 

201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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