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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주의와 경고를 받았던 경원이가 결국 원적교 복귀를 자청하여 수탁 취소를 결정하던 날이었습니다. 자판기 커피를 두 잔 뽑아 등나무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말없이 커피만 마시다가, "경원아, 하늘이 왜 파란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이 녀석이 준비했다는 듯이 "제 마음이 파래서 그럴 겁니다."하는 것이 아닌가.

 

이 맹한 녀석의 입에서 이런 철학적인(?)답변이 나오는 게 하도 경이로워서 "그래, 마음이 파란데 행동은 왜 우중충 하느냐"고 웃으면서 조용히 다그쳤더니, 세상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서 그렇다며 제법 <세상타령>까지 늘어놓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나름대로 주관을 가진 녀석이 그럼 공부도 좀 해야지 않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녀석의 대답은 선생님 저는 지금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래에 제가 뭘 해야할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고 있다며 오히려 당당해한다.

지금 원적교로 돌아가면 학업을 계속할지 졸업은 제대로 할지에 대해 나는 무척 회의적인데 이 녀석은 무슨 믿는 구석이 있길래 이렇게 자신만만한가.

 

이렇듯 오늘날 청소년들은 자신에 대해 위태롭게 느낄정도로 거리낌 없이 당당하고 뚜렷해서 기대반 걱정반 입니다. 영어시간에는 채 10분을 바로앉아 있질 못하던 녀석이 사직실내체육관에 데려다 놓으니 그야말로 펄펄 날고 솟구치며 눈에서 광채가 났습니다. 한자로 아버지 함자도 못쓰지만 체험학습시간에는 배우겠다는 열의로 왁자지껄합니다. 인수분해를 모르는 녀석이지만 접시에 그림 그리는 시간에는 미술선생님을 뭍들고 놓아주지를 않을 정도로 열심히 합니다.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한 가지 능력만 갖추면 대학에도 갈 수 있고 평생 직업이 될 수 있는 세상이 당연히 오고 있건만 지금 이 순간은 아이들에게 단지 교과공부만 요구하고 그것으로 평가되고 선발되는 현실이다 보니 소위 말하는 학교부적응 아이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엊그제 경원이 소식을 들었는데, 나의 우려대로 학교를 휴학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기뻐 해야 할지 우울해 해야 할지 스스로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교과서를 펴면 10분 만에 하품이 나오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면 10시간 동안 열심히 <공부>한다는 이 녀석을 아직은 부모도 선생도 학교도 사회도 쉽게 수용이 안 되는 딜레마에 경원이의 소리 없는 신음이 묻어있나 봅니다. 그러나 경원이가 이 사회의 중심축에 진입할 때쯤이면 오늘의 이 답답함이 원시적인 낭만으로 여겨지리라고 확신합니다.

 

이 까칠한 괴짜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것이라는 희망이 대안교육의 목표이니까요. 이런 괴짜들을 위하여 양정중학교는 만세 부르도록 하고 떠들썩하도록 하는 소중한 배움터입니다.

 

201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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